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앙리 마티스, <금붕어>, 1912

캔버스에 유채, 146 x 97 cm, 모스크바 푸쉬킨 미술관 소장


유리 어항 속, 맑고 시원한 물살을 따라 금붕어 네 마리가 유영한다.

동그란 주둥이를 뻐끔이며, 까맣고 큰 눈을 하루 종일 동그랗게 뜨고서.

보드라운 지느러미를 하늘하늘 흔드는 금붕어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.


마티스는 1912년 초, 모로코를 여행하다가 금붕어에 매료됐다.

더 정확히 말하면, 금붕어를 바라보는 모로코인들에게 이끌렸다는 게 맞겠다.

마티스 눈에 비친 그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편안히 앉거나 엎드린 채 어항 속 금붕어를 하릴없이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내곤 했다.

그 모습에는 불안도 조급함도 없고, 무료함조차 느껴지지 않았다.

국제적인 대도시 파리에서 온 마티스에게, 모로코의 금붕어는 고요한 시선과 평화로운 호흡 속에서 명상과 안식을 누리는 ‘지상낙원’의 상징이 됐다.

거칠게 충돌하는 원색의 대비로 화면을 채우던 마티스의 ‘야수파’ 시기가 알려져 있지만 이 시기는 길지 않았고,

이후의 그는 오히려 맑고 투명한 색채의 향연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즐기는 순수한 사람들을 주로 그렸다.


마티스의 금붕어 연작 중 한 점인 이 그림은, 그가 실제로 자신의 스튜디오에 두었던 원통형 어항을 그린 것이다.

초록 풀과 분홍 꽃, 초록 의자와 분홍 탁자 가운데서 노니는 빨간 금붕어의 모습이 눈부시게 청량하다.

하지만 마티스가 이 그림을 구상한 시점은, 모로코가 프랑스 보호령으로 전락하던 해이기도 하다.

금붕어를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던 모로코인들은 어쩌면 그들의 현실 속에서 ‘금붕어 보기’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.


-출처- 조선일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