뭔가 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.

뉴스에서는 태풍이라고 했지만 발밑이 흔들리고 있었고,

소리는 태풍도 지진도 아닌 전혀 다른 것이었다.

타 죽을 것 같이 뜨거운 것이 핵폭탄 같았다.


고주파가 귓속 깊은 데서부터 울렸다. 찢어지는 것 같았다.

외할머니, 외할아버지, 엄마, 아빠가 있었는데,

우리는 그 상황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.

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었다. 이게 끝이라는 걸.


그 직감으로는 우리만의 끝이 아니었다.

지구가 끝나고 있었다.

이 세계가 이대로 멸망하는구나, 싶었다.


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껴안았다.

뜨거운 무언가가 위에서 내려누르기 시작했고,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, 몸이 압축되는 것 같았다.

그래도 껴안고 있었다. 피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.

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.


그렇게 나는 죽었다.


그대로 가위에 눌렸다.

한참 뒤에 깼다.

지구 멸망의 날